미술책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그림책이거든요. 그림책에서 중요한 건 그림이죠. 어느 순간 교양이 되어서, 미술 책이 부담스러워지기도 했는데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책 내용이 부담스러우면 읽지 마시고 그림만 보시라는 거죠. 그림이 전해주는 것이 8, 글이 전해주는 것이 2 정도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저녁노을을 보고 아름답다고 말하고, 눈물을 흘리잖아요. 그런데 그건 노을의 생성 원리나 배경을 이해하기 때문이 아니라, 노을을 보고 생긴 감정에 자연스럽게 반응해서예요. 미술도 마찬가지에요. 그림에 자연스럽게 반응하고, 감상하기 위한 것이지, 먼저 머리로 이해하기 위해서 미술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러니까 미술책도 감상하는 태도로 접근하시면 좋겠습니다. 감상이라는 것은 내 마음에 어떤 느낌이 일어나고, 그로 말미암아 내가 내 느낌의 주인이 되고, 내 느낌의 주인이 됨으로써 내가 내 삶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는 행위거든요. 그러니까 글쓴이의 주관에 휘둘릴 필요가 없습니다. 이 말을 하고 싶었어요.
이주헌